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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 냄새 연지의 종양에 딱지가 앉았다. 피부가 괴사되는 거라고 한다. 그 딱지 밑으로 종양이 썩어들어가기 때문에 고름을 빼고 드레싱을 해줘야 한다고 한다. 네이버 카페에 어떤 친절한 분이 적어주신 자세한 설명을 따라 멸균 거어즈와 습윤 밴드, 멸균식염수를 샀다. 습윤 밴드는 나도 얼굴에 뾰루지가 났을 때 붙이는거라 익숙하다. 내 얼굴에 붙일 땐 보통 자기 전에 붙였다가 아침에 일어나 허옇게 퉁퉁 불은 밴드를 떼어내는데, 연지한테 붙인 건 잘 한건가 불안해서 몇 시간을 못 기다리고 새로 갈아줬다. 처음 갈아줄 때 딱지 한 덩이가 떨어지고, 두 번째로 갈아줄 때 또 크게 한 덩이가 떨어졌다. 피가 맺힌 종양에 식염수를 부어가며 거즈로 피를 닦아줬다. 비릿한 피 냄새가 코에 닿았다. 나는 비염이 있어서 후각이 약한 편.. 더보기
성공한 인생 소중한 사람이 날 필요로 할 때 언제든 기꺼이 나설 수 있는 사람. 일에 관련된 나의 성공 기준 몇 가지 중 하나다(많은 세속적인 목표와 더불어). 이게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우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거야 백수가 되면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소중한 사람에게 돈을 쓰지는 못할 망정 신세나 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벌려면 나의 시간을 일에 바쳐야 하므로, 다시 소중한 사람에게 쓸 시간이 부족해진다.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시간에 얽매이는 삶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꽉 묶여있는 시간이 없다는 건 역설적으로 완전히 풀려날 수 있는 시간도 없다는 뜻이다. 직장인이야 퇴근을 하거나 휴일이 되면 (이론적으로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지만, .. 더보기
시원 라떼 나는 라떼를 아주 아주 좋아한다. 라떼를 한 잔도 못 마시면 하루를 제대로 보낸 것 같지 않아서 때를 놓치면 늦게라도 한 잔씩은 마시고 만다. 커피숍에서도 사실 비엔나 커피니 콜드브루니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라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 같아 선뜻 새로운 커피를 시도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떼는 바로 내가 만든 라떼다. 그냥 폴저스 커피랑 모카포트를 쓰기 때문에 원두가 좋은 것도, 나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따뜻한 라떼가 아니지만 얼음을 안 넣는다는 거다. 500ml 정도 되는 머그잔에 2인용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따르고 나머지는 우유를 채운다. 그러면 미지근하지 않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에스프레소보다.. 더보기
락밴드 X 가방 브랜드 협업 스트랩 [제품] 음악 밴드와 패션 브랜드가 협업해 그 밴드의 컨셉에 맞게 특별 디자인한 기타 스트랩을 만든다. 밴드는 콘서트 등에서 그 스트랩을 하고, 브랜드에서는 그 디자인으로 가방 스트랩을 한정판 캡슐 컬렉션으로 판매한다. --- 기타 스트랩은 무대에서 눈에 잘 띄고, 단순한 액세서리가 아니라 악기의 일부분인 만큼 다른 액세서리보다 음악적 의미도 있어서 팬들의 눈을 즐겁게 하면서 음악적인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하기에 정말 좋은 매체인 것 같은데 스트랩을 따로 제작해서 쓰는 뮤지션은 없는 것 같아서 아쉽다. 검색해보니까 비틀즈 기타 스트랩은 많지만, 팬들이 과거를 추억하는 기념품 정도다. 내가 생각하는 건 지금 활동하는 뮤지션이 새로운 음악과 컨셉에 맞춰, 마치 공연할 때 무대의상을 맞추듯 스트랩도 자기만의.. 더보기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 중에 하나를 선택하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다. 왜냐하면 정말로 해야 하는 일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을 테니까. 둘 중 하나를 선택하거나 고민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건 그 일이 '진짜로 해야 하는 일'은 아니라는 신호인지도 모른다. 가끔은 사실은 안 해도 괜찮은 일을 꼭 해야 하는 하는 일이라고 착각해서 스스로 발목을 묶어놓고는 빠져나갈 수 없다고 고민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본다. 더보기
[사업] 운전학교 아주 불만족스러운 운전연수를 받으면서 생각한 사업 아이디어. 이런게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사업에 뜻이 없어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유한다. [개요] 장롱면허 소지자를 오너 드라이버로 만들어주는 종합적인 교육과 지원 서비스 [배경] 20대 초에 운전면허를 따지만 실제로 운전을 하지 않고 학생, 새내기 사회인 시절을 보낸 뒤 백지 상태에서 다시 운전 연수를 받는 20대 후반 이상의 여성이 많다. 이 경우 운전연수 업체에 문의하면, 강사를 소개받아 10시간에 25만원 정도 돈을 내고 연수를 받을 수 있다. 그런데 적지 않은 돈을 내고 제법 긴 시간을 함꼐 보내면서 생명이 직결된 중요한 활동을 배우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강사에 대해 미리 알아보고 선택할 방법이 없다. 그래서 같.. 더보기
그냥 원래 아는거거든요 얼마전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친구가 '~했어요'와 '~했거든요'의 차이를 물어왔다. 번역을 하면서 한국어로 뉘앙스를 더 잘 전달하려고 이런 표현들 중 뭐가 나을까 고민할 때는 있어도 표현의 의미 자체를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생각없이 쓰던 모국어가 참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전적 정의처럼 명쾌한 답을 줄 수는 없어서, 친구가 찰떡같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가며 어설프게 설명해줬다. 그런데 오늘 여섯 살 조카가 놀러와서 밥을 먹는데, 친구가 했던 질문때문인지 요즘이 한창 말대꾸할 나이인지 얘가 말 끝마다 붙이는 '~거든'이 유독 귀에 들어왔다. 언니: 밥 또 먹어야지.조카: 아직 입에 있거든? 언니: 물도 마시고. 조카: 목 안 마.. 더보기
계획된 불평등 / Programmed Inequality 제목: 계획된 불평등 | 여성 기술인의 배제가 불러온 20세기 영국 컴퓨터 산업의 몰락 원제: Programmed Inequality | How Britain Discarded Women Technologists and Lost Its Edge in Computing 지은이: 마리 힉스 옮긴이: 권혜정 출판사: 이김 | 2019년 3월 8일 이 책 출간을 몇 주 앞두고 한 모임에 나갔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에게 근황을 전하면서 내가 번역한 책이 곧 나온다는 얘기를 꺼내긴 했지만, 내용이 워낙 진지하고 복잡하니 자세히 설명하기 뭣해 말을 줄였다. 그러고 다른 얘기를 한창 하다가, 혼자 디자인 회사를 운영하시는 여성분이 사업 시작 전 다녔던 회사에서 겪은 일에 대해 말씀하셨다. 간단히 말하자면 그분은 능력.. 더보기
[노래] 달의 한숨 작사/작곡: 권혜정 편곡: Mosica 1, Mosica 2 노를 젓는다 텅 빈 바다에경계도 없이 검게 물든 밤 노를 젓는다 텅 빈 하늘에달빛 어리어 나의 등대여 철없던 날에 떠나온 길에초라한 나의 쉴 곳 어디에 내 뺨을 스치우는 저 차가운 바람은외로움에 지친 달의 한숨이려나 길 잃은 나의 노래도 그 곳에 닿거든못다 부른 그 노래를 함께 해주오 더보기
운전면허증 발급의 추억 운전면허증을 새로 발급 받았다. 면허를 딴지는 14년이 됐지만 시험 볼 때 트럭을 몰고 일반적인 자동차라면 운전석에 앉아본 적도 없었는데, 이제 진짜 운전을 하기 위해 목욕재계하는 마음으로 증명사진부터 다시 찍었다. 벌써 세 번째다. 1) 첫 운전면허증 발급 - 삥뜯기스무 살 여름방학 때 언니를 따라 운전학원에 등록하고 면허를 땄다. 아직 고등학생 티를 못 벗은 나는 외출할 때 제대로 된 지갑을 챙기기보다 교통카드가 달린 휴대폰 아니면 몇 천원 정도만 주머니에 찔러넣고 다닐 때가 많았다. 그래서 이제 나이도 있으니 항상 돈을 챙겨 다니라는 엄마의 꾸중을 한창 듣던 시기였다. 면허증을 발급 받는 날도 집에서 멀지 않은 시험장까지, 가벼운 주머니에 손을 넣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어갔다. 그런데 맙소사, 면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