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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그냥 원래 아는거거든요

얼마전 한국어학당에 다니는 외국인 친구가 '~했어요'와 '~했거든요'의 차이를 물어왔다. 번역을 하면서 한국어로 뉘앙스를 더 잘 전달하려고 이런 표현들 중 뭐가 나을까 고민할 때는 있어도 표현의 의미 자체를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기에, 이런 질문을 받으면 생각없이 쓰던 모국어가 참 새삼스럽게 느껴진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사전적 정의처럼 명쾌한 답을 줄 수는 없어서, 친구가 찰떡같이 이해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가며 어설프게 설명해줬다. 

그런데 오늘 여섯 살 조카가 놀러와서 밥을 먹는데, 친구가 했던 질문때문인지 요즘이 한창 말대꾸할 나이인지 얘가 말 끝마다 붙이는 '~거든'이 유독 귀에 들어왔다. 

언니: 밥 또 먹어야지.

조카: 아직 입에 있거든? 

언니: 물도 마시고. 

조카: 목 안 마르거든? 

계속 이런 식이었다. 정식으로 교과서 펼쳐놓고 한국어를 배우는 어른도 어려워한 표현을 그 짧은 혀로 어찌나 자유롭게 구사하는지, 유치원에서 "엄마아빠한테 말대꾸할 땐 이런 표현을 쓰세요"하고 가르쳤을리 만무한데. 이래서 아무리 성실히 언어를 배우고 지식을 쌓아도 따라잡을 수 없는 모국어에 대한 감각이라는 게 존재하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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