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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성공한 인생

소중한 사람이 날 필요로 할 때 언제든 기꺼이 나설 수 있는 사람.

일에 관련된 나의 성공 기준 몇 가지 중 하나다(많은 세속적인 목표와 더불어). 이게 말처럼 간단하진 않다.

우선 시간이 있어야 한다. 그거야 백수가 되면 문제 해결이다. 하지만 돈이 없어서 소중한 사람에게 돈을 쓰지는 못할 망정 신세나 지는 사람이 되고 싶지는 않다. 그러니까 돈을 벌어야 한다. 그런데 돈을 벌려면 나의 시간을 일에 바쳐야 하므로, 다시 소중한 사람에게 쓸 시간이 부족해진다.

나는 프리랜서로 일하면서 시간에 얽매이는 삶에서 어느 정도 벗어났지만, 꽉 묶여있는 시간이 없다는 건 역설적으로 완전히 풀려날 수 있는 시간도 없다는 뜻이다. 직장인이야 퇴근을 하거나 휴일이 되면 (이론적으로는) 일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지만, 내게는 따로 보장된 휴식 시간도, 휴일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내 시간을 통제하려면 더 능력 있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능력이 받쳐줘야 일이 좀 많아져도 허덕이지 않고 평소처럼 성실하게 소화하면서 개인 시간을 낼 수 있고, 클라이언트한테서도 충분한 신뢰를 받아서 시간이 촉박한 요청을 받았을 때 융통성을 발휘해서 일정을 조정할 수 있다. 

게다가 나는 소중한 사람에게 힘이 되면 되어줬지, 불규칙적인 수입과 불투명한 미래에 전전긍긍하면서 매일 푸념이나 하고 싶지는 않다. 여유 있는 마음으로 내 에너지를 나눠주고, 기쁜 일이 생겼을 때 한 치의 질투나 열등감도 느끼지 않고 온 마음을 다해 축하해주고 싶은데 그러려면 가장 먼저 내가 스스로 만족스러운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그래서 이래저래 쉽지만은 않은 성공 기준이다. 출산 전까지 집에 있어야 하는 친구를 보러 가기 위해 가끔씩 평일 낮 시간을 쓸 수 있는 요즘, 내가 꿈꿨던 잘나가는 사람에 가까워진 것 같아 살짝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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