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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시원 라떼

나는 라떼를 아주 아주 좋아한다. 라떼를 한 잔도 못 마시면 하루를 제대로 보낸 것 같지 않아서 때를 놓치면 늦게라도 한 잔씩은 마시고 만다. 커피숍에서도 사실 비엔나 커피니 콜드브루니 다양한 커피를 맛보고 싶지만 그럴 때마다 라떼 한 잔을 마실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 같아 선뜻 새로운 커피를 시도하지 못한다. 

이런 내가 제일 좋아하는 라떼는 바로 내가 만든 라떼다. 그냥 폴저스 커피랑 모카포트를 쓰기 때문에 원두가 좋은 것도, 나만의 특별한 기술이 있는 것도 아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따뜻한 라떼가 아니지만 얼음을 안 넣는다는 거다. 500ml 정도 되는 머그잔에 2인용 모카포트로 추출한 에스프레소를 따르고 나머지는 우유를 채운다. 그러면 미지근하지 않냐고 걱정하는 사람도 있는데 에스프레소보다 우유 양이 많아서 꽤 시원하고, 더 차갑게 마시고 싶을 땐 컵째로 냉장고에 넣어놨다가 나중에 마시면 된다. 그래서 Iced라고는 할 수 없는 시원 라떼다. 

얼음이 들어간 커피의 치명적인 단점은 완성된 순간부터 맛이 급격한 하강곡선을 그린다는 거다. 그래서 한 잔을 만들면 반 정도만 맛있게 마시고, 나머지 반은 맹물도 커피도 아닌 차가운 액체를 의무적으로 마시는 기분이다. 이런 점을 보완하기 위해 아메리카노 얼음을 넣어도 봤지만 어쨌거나 물이 섞인 액체라서 제법 밍밍해지고, 집에서 에스프레소를 내려서 얼음 한 판을 얼리긴 부담스럽고, 큐브라떼를 마셔보기도 했지만 에스프레소가 녹을 때까지 기다릴 참을성이 없었다. 

내가 마시는 시원 라떼는 처음부터 끝까지 비슷한 맛을 유지하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물론 에스프레소에 차가운 우유를 부은 직후의 첫 모금에 비할 순 없지만 시간이 지난다고 물이 섞이는 건 아니라서 맛의 하강곡선이 완만하다. 잔 바닥에 물방울이 맺히지 않는 것도 좋다! 왜 라떼를 이렇게 파는 커피숍이 한 군데도 없는지 의아하다. 

아직 해보진 않았는데, 반 정도 마셔서 커피가 미지근해지고 잔이 좀 비었을 때쯤 스테인리스 아이스 큐브를 넣으면 끝까지 차갑게 마실 수 있을 것 같다. 사서 실험해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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