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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타닥타닥 어제 키보드를 새 걸로 바꿔서 타자를 칠 때 새 키보드 특유의 청량한 소리가 난다. 한 글자씩 고민하면서 칠 땐 유리 천장에 빗방울이 조금씩 톡톡 떨어지는 것 같다가, 망설임 없이 다다다다 치면 비도 후두두둑 쏟아진다. 그래도 더위만 식혀주고 금방 보송보송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빗소리다. 더보기
연필 뭉툭한 연필을 단정하게 깎아놓는 게 좋다. 당장 쓸 일이 없어도. 사실 연필심이 뭉툭해도 글씨를 쓰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하지만 뾰족하게 다듬은 연필 심을 종이에 처음 대는 설렘을 미래에 언제든 바로바로 느낄 수 있도록. 인생도 그리 살아야지. 더보기
수도 얼다 작업실 수도가 얼었다. 어제는 신나기만 했다. 비록 난방을 열심히 틀어도 실내에서 얼음이 얼지만 창문만 열면 옆 건물 지붕이 내 전용 눈밭으로 변신해있는 작업실이 사랑스러웠다. 눈사람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창가에 세워두고 행복하게 퇴근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게 뭔가. 물이 안 나온다. 이게 말로만 듣던 수도 동파구나. 이래서 추운 날엔 물을 조금씩 틀어놔야 한다는 거였지. 알긴 했는데 얼마나 추울 때 그래야 하는 건지를 몰랐다. 그래도 그렇지 어제 새벽 6시까지 물 쓰고 12시간도 안돼서 다시 갔는데 그렇게도 춥고 외로웠어? 급하게 전기 히터를 하나 사서 세면대에 틀어놓고, 싱크대에는 전기레인지를 틀어놨는데 사실 그런 걸 놓을 위치가 안되지만 엄마가 냄비와 도마를 절묘하게 쌓아서 .. 더보기
허탈한 하루 오늘은 새해 첫 공식 업무일이었다. 난 비록 1월 1일부터 열심히 일해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필이면 이렇게 희망찬 날에, 그것도 막 자리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달갑지 못한 일이 생겼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런 일이. 덕분에 할 일이 태산인데 집중을 못 하고 계속 이 일만 머리를 맴돌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 게 프로답고 현명한 길일까? 사실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타격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돈 조금 손해 보는 정도. 당연히 아까운 돈이지만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건가 싶다. 지금의 나한테는 돈 조금 날리는 게 가장 쉽고 마음 편한 선택이지만 그건 회피다. '알량한 자존심'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미래에 비슷한 일.. 더보기
진짜 운전학교 탄생! https://kwonejeong.tistory.com/39 [사업] 운전학교 아주 불만족스러운 운전연수를 받으면서 생각한 사업 아이디어. 이런게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사업에 뜻이 없어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유한다. [개요] 장롱 kwonejeong.tistory.com 이럴 수가! 작년 초에 올렸던 아이디어인데 거의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출시됐다! 작은 스타트업도 아니고 어마어마어마한 대기업에서!!! 너무나도 뿌듯하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이 서비스를 기획한 분이 내 글을 본거였으면 좋겠다. 저때 저 아이디어를 내고 뿌듯한 마음에 운전은 누구보다 빠르게 접었지만 나도 나중에 꼭 이용해야지🤩 더보기
전통 vs. 혁신 전통은 늘 해오던 것, 혁신은 지금까지 없던 것을 새로 시도하고 개발하는 것. 그래서 그 상반된 의미를 강조하려고 두 단어를 짝지어 쓸 때도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혁신 중이다. 지금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한때는 어마어마한 혁신 아니었나. 어떻게 보면 '끊임없는 혁신'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전통이다. 더보기
홀맨이 돌아왔다 인스타에 내 오랜 친구 홀맨이 떴다! 그 시절에 나는 홀맨을 아주 아주 좋아했다. 너무 좋아서, 어느 날 아침은 학교 가는 길에, 홀맨이랑 친구가 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그때 나는 이미 고1이었기 때문에 홀맨이랑 친구가 될 테야!+_+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순진무구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그런데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교문 앞이 웅성웅성했다. 그리고 마법처럼 홀맨이 학교 앞에 와있었다. 당연히 진짜 홀맨이 올 수는 없다. 홍보 이벤트로 홀맨 탈인형이 온 거다.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동화 속에서 소원이 이뤄진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진행자가 빤한 퀴즈를 내면서 맞추는 사람에.. 더보기
달리기 - What's Up 오늘은 새벽에 나가 달리다가 제대로 비를 맞았다. 달리는 내내 비가 쏟아진 건 아니고 처음엔 가랑비 정도라서 이게 땀에 젖은 건지 비에 젖은 건지 구분이 잘 안 가는 정도였는데 중간에 5분 정도 소나기가 왔다. 이건 뭐 피할 수도 없고 그냥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기를 할 때 항상 '힘들면 바로 멈추면 그만이니까 되는 데까지만 하자'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만은 최선을 다하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우선 눈 뜨기가 힘들고 허리가 자꾸 숙여졌다. 아무리 가벼운 물방울이라도 위에서 자꾸 때리니까 나도 모르게 굽어지고, 벨트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에 대한 보호 본능도 작동한 것 같다. 허리 좀 굽힌다고 딱히 핸드폰이 더 안전하진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눈은 대충만 뜨기로 하고 열심히 허리를 폈다. 결론적으로.. 더보기
달리기 - 우리 중에 간첩이 있어 별다른 외출도 없이 졸리면 자고, 잠 깨면 일하기만 반복해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뒤집힌 요즘(마침 우리랑 시차가 12시간 나는 아르헨티나 거주 PM이랑 일하는데 너무 좋아한다). 오늘은 이쯤 하자, 하고 일을 접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데 해 뜨는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그러면서 어느새 자려고 불을 꺼도 방이 어두워지지 않는 게 익숙해졌다. 불을 켜고 끄는 탁 소리가 나면 주변이 극적으로 환해지거나, 극적으로 어두워지기를 습관적으로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탁 소리가 나고도 밝았던 방이 캄캄해지지 않는다. 스위치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요즘은 달리기 할 때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도저히 그럴 자신은 없어서,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이 적은 아주 늦은 밤에만 달리기를 하러 나가던 게 더 늦어져서 새.. 더보기
음원 신청 완료 지금까지 만든 4곡을 음원으로 등록하려고 드디어 유통업체에 신청을 마쳤다. 근래에 마음속에 돌덩이처럼 달고 다니던 가장 묵직한 짐을 덜어낸 기분이다. 이제 실제로 등록되기까지 3주 정도를 기다려야 하는데, 시간은 가만히 있어도 잘만 흐르고 내 노래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는 사람도 없으므로 마음 편하게 기다릴 수 있다. 서류 작업이라고 하면 괜히 겁부터 나서 미루고 미뤘는데, 막상 해보니까 별게 아니었다. 이제부터는 서류 작업을 두려워하지 말고 바로 부딪혀서 그 자리에서 끝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생각이다. 아직 실천을 하겠다고는 안 했다. 사실 번역만 열심히 한다면 지금처럼 서류 작업을 회피하며 살아도 된다. 견적서에 숫자만 잘 입력해서 보내면 그만이니까. 하지만 노래도 계속 만들고 가방도 만들고 그..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