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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치미 - 시장 조사 시치미 노트북 가방과 비슷한 가방을 발견해서 얼마 전 주문해봤다. 가방 형태와 크기, 소가죽 소재, 10만원이 안 되는 가격, 크라우드 펀딩까지 여러 모로 내가 목표하는 시치미의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어떤 만듦새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설명 페이지만 봤을 땐 시치미가 '시치미'인 것만 빼면 디자인한 형태나 의도나 꽤 비슷했다. '이런 가방이 꼭 필요한데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는 등의 말을 하기 멋쩍어질 것 같아서 정말 비슷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고, 원래 전문으로 가방을 만드는 사람이 같은 나랑 비슷한 의도를 담아서 만들었으니 참고할 만한 좋은 예를 보고 싶기도 했다. 사실 크라우드 펀딩이라 주문은 한참 전에 해놓고, 요즘 거의 손을 떼고 있어서 이 가방도 잊고 있었는.. 더보기
달리기 - What's Up 오늘은 새벽에 나가 달리다가 제대로 비를 맞았다. 달리는 내내 비가 쏟아진 건 아니고 처음엔 가랑비 정도라서 이게 땀에 젖은 건지 비에 젖은 건지 구분이 잘 안 가는 정도였는데 중간에 5분 정도 소나기가 왔다. 이건 뭐 피할 수도 없고 그냥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기를 할 때 항상 '힘들면 바로 멈추면 그만이니까 되는 데까지만 하자'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만은 최선을 다하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우선 눈 뜨기가 힘들고 허리가 자꾸 숙여졌다. 아무리 가벼운 물방울이라도 위에서 자꾸 때리니까 나도 모르게 굽어지고, 벨트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에 대한 보호 본능도 작동한 것 같다. 허리 좀 굽힌다고 딱히 핸드폰이 더 안전하진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눈은 대충만 뜨기로 하고 열심히 허리를 폈다. 결론적으로.. 더보기
달리기 - 우리 중에 간첩이 있어 별다른 외출도 없이 졸리면 자고, 잠 깨면 일하기만 반복해서 생활 패턴이 완전히 뒤집힌 요즘(마침 우리랑 시차가 12시간 나는 아르헨티나 거주 PM이랑 일하는데 너무 좋아한다). 오늘은 이쯤 하자, 하고 일을 접는 시간이 점점 늦어지는데 해 뜨는 시간은 점점 빨라졌다. 그러면서 어느새 자려고 불을 꺼도 방이 어두워지지 않는 게 익숙해졌다. 불을 켜고 끄는 탁 소리가 나면 주변이 극적으로 환해지거나, 극적으로 어두워지기를 습관적으로 기대하게 된다. 그런데 탁 소리가 나고도 밝았던 방이 캄캄해지지 않는다. 스위치가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요즘은 달리기 할 때 마스크를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도저히 그럴 자신은 없어서, 코로나 이후로는 사람이 적은 아주 늦은 밤에만 달리기를 하러 나가던 게 더 늦어져서 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