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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달리기 - What's Up

오늘은 새벽에 나가 달리다가 제대로 비를 맞았다.

달리는 내내 비가 쏟아진 건 아니고 처음엔 가랑비 정도라서 이게 땀에 젖은 건지 비에 젖은 건지 구분이 잘 안 가는 정도였는데 중간에 5분 정도 소나기가 왔다. 이건 뭐 피할 수도 없고 그냥 계속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달리기를 할 때 항상 '힘들면 바로 멈추면 그만이니까 되는 데까지만 하자'고 생각하는데 그 순간만은 최선을 다하라고 스스로를 다그쳤다.

우선 눈 뜨기가 힘들고 허리가 자꾸 숙여졌다. 아무리 가벼운 물방울이라도 위에서 자꾸 때리니까 나도 모르게 굽어지고, 벨트 주머니에 있는 핸드폰에 대한 보호 본능도 작동한 것 같다. 허리 좀 굽힌다고 딱히 핸드폰이 더 안전하진 않을 것임을 인정하고, 눈은 대충만 뜨기로 하고 열심히 허리를 폈다. 

결론적으로 보면 생각만큼 쫄딱 젖지 않았다. 몸이 서있는 방향이랑 비 내리는 방향이 평행이라 그런걸까? 핸드폰도, 운동화도 생각만큼 젖지 않았고, 머리 위로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데 양말 속 발가락을 꼼지락거려보면 보송보송한 느낌이 계속 난다는 게 약간 비현실적이기도 했다. 

그리고 헤드셋 살 때 쓸데없다고 생각했던 방수 기능이 드디어 존재의 이유를 찾았다. 무슨 노래를 들어도 더 극적으로 들린다. 신나는 노래는 더 신나고 슬픈 노래는 더 슬프다. 오늘 최고의 노래는 4 Non Bloneds의 What's Up. 이 노래 들으면서 달리니까, 부당한 현실에 맞서 싸우지만 계속 벽에 부딪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뚜기처럼 일어나는 영화 속 주인공이 되어서 잠시 울분을 터뜨리고 있는 기분이었다(그리고 결국에는 꿈을 이룬다).

새로운 장애물을 만났으니 속도가 평소보다 떨어졌을 줄 알았는데 나중에 확인해보니까 전혀 느려지지 않았고, 물에 젖어서 뛰니까 오랜만에 수영하는 기분도 났다. 어푸어푸 자유형 하는 느낌. 그러고 보니 수영장도 그립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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