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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임금협상: 나 얼마큼 사랑해? 연애가 건강하게 지속되려면 시간이 흐를 수록 관계가 전진해야 한다. 상대방에게 자신의 마음과 생활 속 지분을 점점 많이 내줘야 하는 것이다. 그 지분이 확장을 멈추고 정체하거나 축소되기 시작하면 연애는 파국을 맞이하기 쉽다. 사회생활은 연애와 비슷한 구석이 많다. 그 중에서 돈은 갑이 을에게 보여주는 가장 명징한 사랑의 표현이기에, 이 사랑의 무게를 협의하는 건 두 사람의 관계가 시험대에 오르는 아찔한 순간이다. "그는 정말 나를 사랑하는 걸까?" 며칠 전 한 클라이언트로부터 사랑을 추가 쟁취하는 데 성공했다. 나의 첫 거래처이자 6년째 같이 일하고 있는 회사로, 번역료를 올린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지금껏 받던 금액은 처음 일을 시작할 때 내가 제안한 액수였는데 그 후로 새 거래처가 생길 때 더 높은 .. 더보기
그놈의 기획서 내 이름 석자가 '옮긴이'로 박힌 책을 서점에서 처음 마주했던 것은 번역을 시작하고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이었다(물론 '지은이'와는 차원이 다르겠지만 나는 일단 번역을 하고 있으니). 여러 종류의 번역 중 투자하는 시간과 노력 대비 들어오는 돈은 가장 적지만 가장 배우는 것도 많고 끝내고 나면 뿌듯하고 남들 보기에 폼까지 나는 건 역시 출판 번역인 것 같다. 프리랜서로서 출판 번역을 시작하는 기본은 출판사에 기획서를 보내는 것이다. 해외에서 출간된 책 중 우리나라에 소개하면 좋을 것 같은 책을 골라서 관심을 가질 만한 국내 출판사에 제안하는 것이다. 기획서를 받은 출판사에서 그 책을 내기로 결정하면 내게 번역을 맡긴다. 그렇게 한 출판사와 서로 잘 맞으면 그 책 이후로 다른 책들을 함께 할 수도 있다. 물.. 더보기
이거 하나만 해줘 "나 이것 좀 번역해주면 안 될까?" 주변 지인들에게서 가끔씩 듣는 부탁이다. 지금은 번역을 주로 하지만 디자인도 전공이다 보니 디자인에 대해 비슷한 부탁을 받기도 한다. 가끔은 비용을 어느 정도 치르면 될지 물어보기도 하지만 실제 일을 하면서 받는 금액에 지인 할인을 곁들인 액수를 대더라도 회사가 아닌 개인 입장에서는 부담스럽기 마련이다. 그래서 보통은 바빠서 힘들 것 같다고 거절의 뜻을 밝히면 서운함이 묻어나는 목소리로 다시 한 번 호소한다. "얼마 되지도 않는데 그냥 해줘도 되잖아. 너한테는 아무것도 아니지 않아?" 번역이라는 일이 만만한 건지 내 인상이 만만한 건지, 친구들은 물론 동갑이라 좀 편하게 지냈던 보험설계사에게까지 이런 부탁을 들은 적이 있다. 회사에 다니면서 여러 사람 부대껴가며 일하..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