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체 글

이탈리아 여행 ② - 밀라노 베네치아 다음으로 향한 도시는 밀라노. 숙소는 중앙역에서 걸어서 5분 거리인 대로변이라서 길치인 나도 구글 지도만 보고도 충분히 찾아갈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유독 상세하게 찾아오는 법을 알려줬다. '기차에서 내리자마자 오른쪽으로 50m를 걸어가서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밖으로 나오면 30m 직진하다가 공원을 왼쪽에 두고 맞은편 오른쪽 인도로 걸어와라' 이런 수준으로. 뻥 뚫린 중앙옆 앞에서 대각선으로 바로 보이는 건물까지 가는데 굳이 이런 설명이 필요할까 의아하면서도 지령을 받은 첩보원이 된 기분으로 설명을 따라 길을 걸었다. 설명 따라 가는데 신경쓰느라 주변을 많이 둘러보진 못했지만 언뜻 본 공원은 노숙자들이 점령한 상태라 아름답지 않았다. 같은 방향이지만 시키는대로 차도 건너편 오.. 더보기
이탈리아 여행 ① - 베네치아 베네치아 공항에 도착했다. 비행기 창밖으로 보이는 새까만 활주로가 비에 젖어 반짝거리고 있었다. 이제 짐을 찾은 다음 버스를 타고 에어비앤비 숙소로 가기만 하면 됐다. 별로 비가 오는 게 걱정이긴 하지만 트렁크를 찾으면 우산을 꺼내고 두꺼운 옷도 껴입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기다려도 내 트렁크는 나오지도 않았다. 빨간색 바탕에 무지개색 띠까지 매놓은 가방이 눈에 띄지 않을 리 없는데도 끝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분실물 신고를 하고 공항을 나섰다. 비내리는 밤 한 손으로는 우산 들고 한 손으로는 트렁크를 끌며 초행길을 가기가 막막했는데 뭐 몸은 가뿐해서 좋았다. 자정이 다돼서 메스트레에 있는 에어비앤비에 도착했다. 친절한 모녀 호스트의 환대를 받으니 마음이 따뜻해졌다. 그렇게 방을 안내받고 다시 혼자가.. 더보기
  드디어 감기가 나아간다. 이제야 좀 새해를 맞이할 기분이 든다. 얇은 코트정도 두께에 기장이 종아리까지 오는 로브를 며칠 동안 내 몸의 일부인듯 걸치고 있었다. 오한이 있어서 로브를 안 입으면 이불 밖으로 나올 수가 없었다. 몸을 거의 다 덮어주니까 포근하고, 따뜻하고, 계속 이불 속에 있는 것 같아서 좋았다. 그런데 오늘 병원에서 수액까지 맞고 한결 거뜬해진 몸으로 다시 로브를 걸치려니까 와 덥고 무겁고 어쩜 이렇게 거추장스럽지. 사람 마음이 이렇게 간사하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