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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커피맥주

요즘 스터디 카페에서 일하면서 무료로 제공되는 음료를 아주 열심히 마시고 있다. 누가 보면 저 사람은 일하러 왔니, 음료수 축내러 왔나 싶을 만큼 많이 마시는 게 목표인데, 인간의 물배에는 한계가 있어서 쉽지 않다. 여기와 오랜 악연이 있는 만큼 이렇게라도 뽕을 뽑겠다는 마음도 있지만, 그보다도 여기가 스터디 '카페'라는 이름에 걸맞게 음료 구비가 참 잘 돼있다. 몇 년 전 초반에 생긴 스터디 카페는 같은 가격에 카페테리아가 아주 부실했는데 이제 이 업계도 경쟁이 치열해져서 그런 것 같다. 

여기 카페테리아에는 에스프레소, 핸드드립 커피 3종과 직접 커피 내리는 도구, 에이드 베이스, 홍차 티백, 립톤, 시럽이 항상 구비돼있다. 그래서 우유를 사다 놓고 사랑하는 라테를 기본으로 한 잔씩 마신 다음에 다양한 실험을 한다. 어설프게 한번 배웠었던 핸드드립은 여전히 어설프다. 물 부으면 커피 가운데만 푹 꺼지고 쑥대밭이 따로 없다. 그래도 계속 연습하면 언젠가 물에 젖은 커피가루가 봉긋하게 솟아오르겠지. 

그리고 탄산수에 모든 걸 타서 마셔보고 있다. 실험 결과 나는 탄산수랑 마시라고 있는 에이드 베이스보다 립톤 아이스티+홍차 티백 조합이 제일 좋다. 아이스티를 붓고, 홍차 티백은 종이 부분을 떼서 아예 넣어버리고, 그다음에 얼음을 넣고 마지막에 탄산수를 부어서 티백이 되도록 뜨지 않게 한다. 음료가 차가워서 찻잎이 마구 우러나지 않기 때문에 계속 담가놔야 한다. 이렇게 하면 설탕이 다 녹지 않고 밑에 깔리는데 나는 단맛을 별로 안 좋아해서 마음에 쏙 든다. 홍차 맛은 많이 느껴지지 않지만 확실히 풍미를 더해준다. 

어제오늘 이틀의 실험에 걸쳐 개발한 신메뉴는 무알콜 커피맥주! 진짜 맥주는 아니고 에스프레소에 탄산수를 탄 조합이다. 탄산수를 붓자마자 거품이 맛깔나게 올라와서, 투명 컵에 담아 마시니까 정말 기네스 같다. 여기 중고등학생도 많은데 애들 앞에서 마셔도 되나 싶다고나 할까. 첫 시도는 그냥 에스프레소에 탄산수를 탄 거였다. 어떤 구체적인 맛이나 모양새를 기대하진 않았는데 딱 보니 맥주스러웠다. 맛도 미지근한 맥주. 그래도 뭔가 가능성이 보여서, 얼음을 타보기로 했는데 어째 미지근할 때보다 맛이 별로였다. 이에 대해 내가 낸 결론은, 미지근할 땐 차가워지면 더 맛있으리라는 희망 때문에 좀 더 긍정적으로 맛을 느꼈다가 얼음을 넣으면서 그 희망이 갈 곳을 잃고 맛을 더 있는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거다. 어제는 에스프레소를 자꾸 내리기 민망해서 여기까지만 했고, 오늘 마지막 실험이라는 마음으로 헤이즐넛 시럽을 넣어봤는데 드디어 괜찮은 맛이 난다! 엔제리너스에서 팔던 아메리치노랑 비슷할 것 같은데 그게 어떤 맛인지 모르겠다. 

여기 있는 재료로 가능한 조합은 다 해본 것 같아서 뿌듯하다. 회원권 다 쓰기 전에 핸드드립 꼭 마스터하고 나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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