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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혼자

올해는 유독 혼자인 해였다. 

2월에 있었던 생일부터 태국에서 혼자 보냈고, 크리스마스에는 집에서 인터넷도 끊긴 채로 연지 돌보며 보냈고, 마지막 날인 오늘은 몸이 아파서 부모님과 함께 집에서 보내고 있다. 크리스마스는 그냥 그렇지만 12월 31일은 특별한 기분이라 늘 약속이 없으면 혼자서라도(사실 혼자가 더 좋다) 밖에 나가서 혼자 한 해를 곱씹었다. 그래서 한 해의 마지막 날 집에 있는 게 얼마만인지도 모르겠다. 


특별한 날만이 아니라 평소에도 혼자인 때가 많았다. 우선 몇 년만에 솔로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올해는 돈을 벌기 시작한 이래 최고로 일을 많이 해서 새로운 사람은 커녕 친구들 만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만큼 내 커리어가 발전한 걸까? 회사라서 승진을 하는 것도 아니지만 좋은 책을 두 권 맡았고, 새로운 클라이언트가 셋이나 생겼고(와우!) 그 중에 평소 하는 일보다 어렵지만 더 흥미로운 일도 있었고, 단가도 올렸으니까 잘 한거라 봐야겠다. 처음으로 집-카페를 벗어나 공유사무실 입주도 해봤다(지금은 정지 상태.. 겨울 외출은 너무 귀찮고 힘들다). 


혼자인것 자체는 좋은데 그 시간이 대부분 하고 싶은 개인 작업이 아니라 일+일을 마쳐야 한다는 생각에 제대로 쉬지 못하고 잠깐씩 정신적으로 도피하는 넷플릭스 시청으로 대부분 채워진 건 아쉽다. 내년에는 하고 싶은 게 너무 많다. 올해 하고 싶었는데 못했던 것도 해야 하고, 또 새로 하고 싶은 것도 있고, 일도 더 잘 하고 싶다. 집중력을 높이고 시간을 알차게 쓰자. 


오늘 이렇게 집에 있으면 엄청나게 울적할 줄 알았는데 얼마 전에 새로 산 오렌지브라운 울로브를 입고 목에는 귤색 손수건을 두르고 생강차를 마시니까 왠지 올해의 팬톤 컬러처럼 다양한 음영의 황갈색이 나한테 2018년 12월 31일 오늘의 색이 된 것 같아서 괜히 기분이 좋다. 그러고보니 오늘 책 읽는다고 쥐고 있었던 전자책 리더기도 갈색이다. 잠을 많이 잤더니 살짝 부은 얼굴도 마음에 드네. 


2018년 수고했고, 2019년도 잘 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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