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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게임에서 얻는 삶의 교훈

휴대폰 게임에 본격적으로 손을 댄 건 일 때문이었다. 게임에 대한 책을 번역하게 되었는데 내용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책에 나오는 게임을 직접 해보는 게 최선이었다. 때마침 아이패드라는 최고의 게임기까지 손에 넣으면서 일이라는 훌륭한 핑계 아래 많은 게임을 해봤고,  그중 <심슨가족: 스프링필드>와 <클래시 오브 클랜>을 가장 꾸준히 즐겨하고 있다(며칠 전 클래시 오브 클랜 대규모 업데이트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적당한 게임은 창의력, 집중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 등등등 장점이 많다. 내가 이래 봬도 게임의 교육적 효과에 대해 책까지 번역한 사람인데! 하지만 아무리 게임에 장점이 많다고 해도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 힘들게 모은 다크 엘릭서를 털릴까 봐 일하는 도중에도 게임 화면을 끄지 못하는 내 모습은 도무지 멋지지 않다. 이런 죄책감 때문인지 게임을 하는 중에는 무언가 생산적인 무언가를 찾아내려 내 머리가 애를 쓰는 것 같다. 그리하여 내가 지금껏 게임에서 배운 삶의 교훈을 정리해볼까 한다.


1. 출발시점보다 중요한 건 꾸준함이다.

나는 앞서 즐겨한다고 소개한 두 게임을 시작한 건 각각 어느 정도 인기를 끈 다음이었다. 친구 소개로 심슨 게임을 처음 시작했을 때 나는 언제쯤이나 친구의 레벨에 다다를 수 있을까 앞길이 막막했다. 심슨은 하루를 와장창 몰아서 열심히 한다고 저만치 앞으로 나갈 수 있는 게임이 아니다. 돈을 열심히 벌어서 건물 하나를 지어도 완공되기까지 24시간을 기다려야 하는 등 절대적으로 걸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물론 현금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만).

하지만 난 포기하지 않았다. 묵묵히 돈을 모아서 건물을 짓고 레벨을 올려 나갔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현금 결제를 하거나 크랙을 쓰지 않는 플레이어 수준에서 선두의 자리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자랑이다 그래).

당장은 남보다 조금 뒤쳐진 게 조바심 날 수 있다. 하지만 긴 시간이 흐른 뒤 뒤돌아봤을 때 이 잠시의 뒤쳐짐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저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걸어온 사람이 살아남을 뿐이다.


2. 세상은 넓고 뛰어난 인물은 많다.

심슨에 한참 탄력이 붙었을 무렵 나는 자만에 빠져 있었다. 내가 꾸민 마을이 가장 독창적이고 흥미진진하다는 자만이었다. 어릴 적 꿈꿔왔던 비밀의 정원부터 양재천, 공간이동 블랙홀, 알카트라즈 감옥 등등 시공간을 초월하는 온갖 이야기가 담겨 있으니 단연 최고일 거라고 믿었었다. 하지만 친구 마을을 방문해야 하는 게임 과제를 위해 세계 곳곳에서 심슨 게임을 하는 사람들을 친구로 추가하고 난 뒤 비로소 내가 우물 안 개구리임을 깨닫게 되었다. 현금을 썼든 안 썼든 멋지고 근사한 마을들을 보면서 난 기가 죽을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렇다고 주눅 들어 있을 필요는 없다. 나는 그냥 나대로 최선을 다 하면 된다.


3. 처음만 힘들지

클래시 오브 클랜의 8할은 마을 업그레이드다. 자원을 모아서 타운홀, 방어시설, 병력을 계속 업그레이드해야 한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업그레이드 비용도 높아진다. 한 단계 높은 레벨에 진입해서 다음 업그레이드 비용을 보면 숨이 턱 막힌다. 도대체 이 자원을 어느 세월에 다 모으란 말인가. 이게 현금을 안 쓰고 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하지만 묵묵히 공격을 이어가다 보면 어느샌가 방어시설도 다 업그레이드하고 벽칠도 완성한 나를 발견한다. 한때는 인간의 힘으로 불가능해 보였던 일이 식은 죽 먹기가 되어 있는 것이다. 물론 그런 내 눈 앞엔  또다시 말도  안 돼 보이는 미션이 찾아와 있지만 이제는 두렵지 않다. 하다 보면 되리라는 걸 아니까.


4. 부딪치고 깨지더라도, 전투는  계속되어야 한다.

(사실 이번 클래시 오브 클랜 대규모 업데이트 때문에 다시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다)

클래시 오브 클랜에서는 공격을 받고 나면 마을에 실드가 생긴다. 그럼 최소 12시간 동안 공격을 받지 않고 소중한 자원을 지킬 수 있다. 이는 달콤한 유혹이다. 하지만 이런 편안함에 안주해서는 자원을 모으고 어마어마한 자원을 모아서 업그레이드를 하기 힘들다. 나태함을 이겨내고, 아늑한 보호막을 박차고 나와야 비로소 성장할 수 있다.


5. 같은 일을 반복하면서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건 정신병자다

이건 아인슈타인의 명언 중 내가 정말 좋아하는 말이다. 게임 중에서도 이 말을 절실히 되새기는 순간이 많다. 앵그리버드를 할 때 특히 그랬다. 워낙 인기 있던 게임이니 게임 방법은 다들 알 것 같다. 고무총으로 새를 튕겨서 맞은편에 있는 구조물을 무너뜨려야 한다. 고무총의 각도와 세기 조절이 핵심이다. 앞서 '꾸준함'이 중요하다고 했지만, 여기서 꾸준함이란 생각 없이 계속 고무줄을 튕기는 걸 의미하지 않는다. 한 번 해봐서 원했던 부분을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면 각도와 세기를 바꿔가면서 최적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게 의미 있는 반복이고 꾸준함이다.


평소 게임을 하면서 머리에 떠오르는 교훈은 더 많지만 이번에는 이 정도로 마무리하면서, 슈퍼셀은 클래시 오브 클랜 대규모 업데이트에 대해 다시 한 번 고민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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