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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아껴주세요 우리말

외래어를 넘어서서 외국어를 무작정 음차어로 쓰면서 '우리 말로는 그 심오한 뜻/미묘한 차이가 정확하게 전달되지 않는다'는 말을 볼 때마다 정말 속상하다. 물론 실제로 그런 단어도 있고, 반대로 미묘한 뜻도 외국어로 그대로 옮겨지지 않는 우리말도 있다.

하지만 그럴 때 외국어를 그대로 가져다 쓴다고 본래의 뜻이 정확하게 전달되는 건 결코 아니다. 한국어로 표현 안 되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음차를 해봤자 그 언어를 구사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 차이를 이해하기 힘들텐데, 그러면 결국 뜻을 최대한 정확하게 전달하는 게 아니라 '아는 사람들끼리만 알아듣고 말자'는게 돼버리니까.

하지만 두 언어 간의 차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면 그 과정에서 우리 말이 깊고 풍성해진다. 지금 영어가 세계적인 언어가 된 것도 그 덕분이다. 밤하늘을 오래오래 바라볼수록 별들이 더 반짝거리고, 사람도 오래 지켜보고 아껴줄수록 몰랐던 매력이 나타나는 것처럼, 언어도 계속 이뻐하고, 표현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케케묵은 단어를 꺼내기도 하고 새로 만들기도 해 가면서 살펴줘야 발전한다. 영어는 세계 각국 사람들이 써주지만 한국어에게는 우리밖에 없다. 그러니까 우리가 이뻐해줘야 한다. 아쉬운 게 있으면 바로 외국어에게 기대 버리지 말고.

'한국어는 이래서 안돼'라고 하면서 자꾸 한국어를 포기할 수록 한국어는 점점 '안 되는 언어'가 돼버린다. 반대로 우리가 보듬을 수록 멋진 언어가 된다는 뜻이다. 다 같이 더 아껴줄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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