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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닥타닥 어제 키보드를 새 걸로 바꿔서 타자를 칠 때 새 키보드 특유의 청량한 소리가 난다. 한 글자씩 고민하면서 칠 땐 유리 천장에 빗방울이 조금씩 톡톡 떨어지는 것 같다가, 망설임 없이 다다다다 치면 비도 후두두둑 쏟아진다. 그래도 더위만 식혀주고 금방 보송보송해질 것 같은 기분 좋은 빗소리다. 더보기
연필 뭉툭한 연필을 단정하게 깎아놓는 게 좋다. 당장 쓸 일이 없어도. 사실 연필심이 뭉툭해도 글씨를 쓰는 데는 아무 지장이 없다. 하지만 뾰족하게 다듬은 연필 심을 종이에 처음 대는 설렘을 미래에 언제든 바로바로 느낄 수 있도록. 인생도 그리 살아야지. 더보기
두 번째 눈 온 날 또 큰 눈이 내렸다. 첫 번째 눈은 마구마구 놀고 싶은 눈이었는데 이번 눈은 고이 두고 감상하고 싶은 느낌이다. 뭔가 더 포슬포슬하고 예쁜 것 같다고 할까. 눈 성분이 갑자기 바뀐 것도 아닐텐데 왜 그럴까 모르겠다. 벚꽃나무들에는 눈이 내려앉아서 흰 꽃이 피었다. 늘 잠겨있는 철문도 무슨 일인지 열려있어서 신비롭다. 다른 세계로 이동하는 문일까 과연!! 내일은 작업실 출근 전에 양재천도 가봐야지. 너무너무 아름다울 것 같다. 최대한 일찍 일어나서 갈게 날 안 추워도 녹지 말고 조금만 기다려줘 더보기
수도 얼다 작업실 수도가 얼었다. 어제는 신나기만 했다. 비록 난방을 열심히 틀어도 실내에서 얼음이 얼지만 창문만 열면 옆 건물 지붕이 내 전용 눈밭으로 변신해있는 작업실이 사랑스러웠다. 눈사람 하나 만들어서 사람들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창가에 세워두고 행복하게 퇴근했다. 그런데 오늘은 이게 뭔가. 물이 안 나온다. 이게 말로만 듣던 수도 동파구나. 이래서 추운 날엔 물을 조금씩 틀어놔야 한다는 거였지. 알긴 했는데 얼마나 추울 때 그래야 하는 건지를 몰랐다. 그래도 그렇지 어제 새벽 6시까지 물 쓰고 12시간도 안돼서 다시 갔는데 그렇게도 춥고 외로웠어? 급하게 전기 히터를 하나 사서 세면대에 틀어놓고, 싱크대에는 전기레인지를 틀어놨는데 사실 그런 걸 놓을 위치가 안되지만 엄마가 냄비와 도마를 절묘하게 쌓아서 .. 더보기
허탈한 하루 오늘은 새해 첫 공식 업무일이었다. 난 비록 1월 1일부터 열심히 일해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필이면 이렇게 희망찬 날에, 그것도 막 자리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달갑지 못한 일이 생겼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런 일이. 덕분에 할 일이 태산인데 집중을 못 하고 계속 이 일만 머리를 맴돌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 게 프로답고 현명한 길일까? 사실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타격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돈 조금 손해 보는 정도. 당연히 아까운 돈이지만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건가 싶다. 지금의 나한테는 돈 조금 날리는 게 가장 쉽고 마음 편한 선택이지만 그건 회피다. '알량한 자존심'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미래에 비슷한 일.. 더보기
진짜 운전학교 탄생! https://kwonejeong.tistory.com/39 [사업] 운전학교 아주 불만족스러운 운전연수를 받으면서 생각한 사업 아이디어. 이런게 있으면 좋을 것 같지만 나는 사업에 뜻이 없어서, 다른 누군가가 만들어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공유한다. [개요] 장롱 kwonejeong.tistory.com 이럴 수가! 작년 초에 올렸던 아이디어인데 거의 같은 서비스가 실제로 출시됐다! 작은 스타트업도 아니고 어마어마어마한 대기업에서!!! 너무나도 뿌듯하다. 아닐 가능성이 더 높겠지만 이 서비스를 기획한 분이 내 글을 본거였으면 좋겠다. 저때 저 아이디어를 내고 뿌듯한 마음에 운전은 누구보다 빠르게 접었지만 나도 나중에 꼭 이용해야지🤩 더보기
전통 vs. 혁신 전통은 늘 해오던 것, 혁신은 지금까지 없던 것을 새로 시도하고 개발하는 것. 그래서 그 상반된 의미를 강조하려고 두 단어를 짝지어 쓸 때도 많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인류는 태초부터 지금까지 늘 혁신 중이다. 지금 우리가 전통이라고 부르는 것도 모두 한때는 어마어마한 혁신 아니었나. 어떻게 보면 '끊임없는 혁신'이야말로 인류 최고의 전통이다. 더보기
코드와 살아가기 제목: 코드와 살아가기 코드가 변화시킨 세계에 관한 여성 개발자의 우아하고 시니컬한 관찰기 원제: Life in Code 지은이: 엘런 울먼 옮긴이: 권혜정 출판사: 책만 | 2020년 8월 14일 라떼는 말이야, 라는 말이 유행입니다. ‘나 때는 말이야’라고 말문을 열어서 옛날 이야기를 늘어놓기 좋아하는 기성세대의 행태를 풍자하는 신조어입니다. 엄밀히 말하면 이 책에도 그런 라떼 향이 진하게 묻어납니다. 1970년대에 대학에 다니고 1978년에 개발자로서 사회에 발을 내디딘 저자 엘런 울먼의 그때 그 시절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무려 지난 세기에 쓰인 글들에, 신기하게도 현재 우리의 모습이 선명하게 비춰집니다. 저자는 1998년에 쓴 글에서, 누군가가 인터넷 덕분에 타인과 부대끼지 않고.. 더보기
홀맨이 돌아왔다 인스타에 내 오랜 친구 홀맨이 떴다! 그 시절에 나는 홀맨을 아주 아주 좋아했다. 너무 좋아서, 어느 날 아침은 학교 가는 길에, 홀맨이랑 친구가 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그때 나는 이미 고1이었기 때문에 홀맨이랑 친구가 될 테야!+_+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순진무구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그런데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교문 앞이 웅성웅성했다. 그리고 마법처럼 홀맨이 학교 앞에 와있었다. 당연히 진짜 홀맨이 올 수는 없다. 홍보 이벤트로 홀맨 탈인형이 온 거다.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동화 속에서 소원이 이뤄진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진행자가 빤한 퀴즈를 내면서 맞추는 사람에.. 더보기
시치미 - 시장 조사 시치미 노트북 가방과 비슷한 가방을 발견해서 얼마 전 주문해봤다. 가방 형태와 크기, 소가죽 소재, 10만원이 안 되는 가격, 크라우드 펀딩까지 여러 모로 내가 목표하는 시치미의 조건에 부합하기 때문에 어떤 만듦새가 나올 수 있는지 궁금했다. 설명 페이지만 봤을 땐 시치미가 '시치미'인 것만 빼면 디자인한 형태나 의도나 꽤 비슷했다. '이런 가방이 꼭 필요한데 시중에서 찾아볼 수 없어서 직접 만들었다'는 등의 말을 하기 멋쩍어질 것 같아서 정말 비슷하면 어쩌나 조마조마한 마음도 있고, 원래 전문으로 가방을 만드는 사람이 같은 나랑 비슷한 의도를 담아서 만들었으니 참고할 만한 좋은 예를 보고 싶기도 했다. 사실 크라우드 펀딩이라 주문은 한참 전에 해놓고, 요즘 거의 손을 떼고 있어서 이 가방도 잊고 있었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