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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뮤지엄, 뮤지엄 / Museum Legs



제목: 뮤지엄, 뮤지엄 
원제: Museum Legs 
지은이: 에이미 휘터커 
옮긴이: 권혜정 
출판사: 비즈앤비즈 | 2012년 6월 1일 


얼마 전 친구와 한남동 리움에서 열렸던 서도호의 '집 속의 집'이라는 전시에 다녀왔다. 내가 간 날은 마지막 날이기도 했고, 전시에 대한 좋은 평도 많아서인지 입구 바깥으로도 줄이 한참이나 늘어져 있었다. 건물 안에 들어가는데만도 1시간 이상을, 들어가서도 다시 표 사는 줄, 전시장 입장에서도 또 줄을 서야했고 작품 중에서도 줄을 서서 봐야하는 게 있었다. 이렇게 신나게 줄을 서 가면서 전시를 다 보고나니 다리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저 어디에라도 앉고 싶을 뿐이었다. 영어에서는 이렇게 미술관에서 걷다 서다를 반복하면서 아파진 다리를 뮤지엄 레그(museum legs)라고 한다. 

<뮤지엄, 뮤지엄>의 원제가 바로 이 Museum Legs이다. 이 책은 미술관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술관 속 작품들이 아니라 미술관이라는 존재 자체에 대한 책인 것이다. 많은 사람이 미술관에서 느끼는 예술의 감성과 여유로움을 당연한 듯 예찬하지만, 사실 누군가에게는 정신적으로나 신체적으로나 녹초가 되어 나올 수밖에 없는 부담스러운 공간이기도 하다. 나에게 있어 <뮤지엄, 뮤지엄>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미술관이 지루하고 전시된 작품도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고 대놓고 인정한다는 점이다. 

물론 미술관은 지루하니까 가지 말자는 결론은 아니다. 여기에서 제시하는 미술관의 미래도 일반 관람객이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하지만 <뮤지엄, 뮤지엄>을 읽다보면 예술과 함께 하는 것 같으면서도 '작품'이라는 그늘에 가려 있었던 미술관이라는 존재를 애정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