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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6월 이야기

재미있는 일이 많았던 6월이 벌써 끝나간다. 

올해 5, 6월은 몸뚱이에게는 집에 누워 앓기만 하는 힘들고 지겨운 시간이었는데, 그와 반대로 머리와 손가락에게는 온 세계를 누비고 다니는 흥미진진한 시간이었다. 처음 접하는 분야의 일이 두 가지나 들어왔고, 새 책 번역도 시작했다. 

그리고 올해 겨울에 구상했던 가방 디자인 제작에 돌입했다. 이름하야 '시치미 백'! 우선은 그동안 번역하면서 주워들은 지식으로 일러스트레이터로 스케치를 해본 다음 종이로 프로토타입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합성피혁 원단을 주문해다가 눈물 없이 볼 수 없는 내 손바느질로 샘플을 만들어봤다.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 읊는 것처럼 나도 패션 회사랑 9년째 일하니까 가방을 만드나 보다.  이제는 전문가의 손을 빌려 제대로 된 샘플을 만들어보려고 신설동에 있는 공장에 다녀왔다. 작업지시서 쓰고, 가죽을 사서 공장에 가져다주는 일이 남았는데 갑자기 일이 많이 생기는 바람에 손을 못 댔다. 실제 진행 상황은 느리지만 머릿속으로는 이미 로고송도 대충 구상해놨고 스탑모션으로 홍보 영상까지 생각해놨다. 블로그나 인스타그램에 시치미 백 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가방 제작기를 올려볼까 싶지만, 블로그 일기도 꼬박꼬박 안 쓰면서 별도의 계정을 만들어서 잘도 운영하겠다 싶기도 하다. 이렇게 공장까지 다녀오고 하는 건 이 가방을 나 혼자 말게 아니라 제품화를 해보고 싶어서인데 판매할 길이 막막하다. 크라우드펀딩도 만만치 않은 것 같고. 차라리 가방 디자이너로 전향해서 내 브랜드를 만들 뜻이 있는 거라면 뭐든 감수할 것 같은데, 지금의 일을 그만 둘 생각이 없으니까 뭐든 다른 걸 해보고 싶어도 일을 크게 벌리기엔 몸이 사려진다. 차라리 내가 번역을 별로 안 좋아했으면 시원하게 관두고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있었을까? 

그 와중에 트위터에서 이른바 알티스타도 되었다. 푸하하. 처음에는 <계획된 불평등> 저자가 올린 트윗에 댓글 달고 그게 리트윗 되면서 퍼지다가 옛날에 올렸던 다른 트윗 하나가 갑자기 마구마구 리트윗 되기 시작했다. 화면을 가만히 쳐다보고 있으면 저절로 숫자가 계속 올라가는 게 너무 중독적이라 계속 쳐다봤다. 그러느라 팔로워도 (내 기준) 많이 늘고 이 블로그에도 꽤 많은 분이 방문해주셨다. 단 하나 아쉬운 건 그런 분들이 글은 봐주셨지만 노래는 거의 들어주지 않으셨다는 거다. 사실 이 블로그를 꾸역꾸역 살려놓은 이유의 9할은 역서 나올 때 책날개에 주소 적어서 들어온 사람들이 결과적으로 노래를 들어줬으면 하는 거였는데 이번 기회는 성공적이지 못했다. 마구마구 들어달라고 떠들기엔 완성도가 부족한데 그래도 누군가가 들어줬으면 좋겠고 내 마음 나도 모르겠다.  

한편으로는 사람들이 노래 클릭 안 해줬다고 속상해하는 내 자신을 보면서, 웃기지만 내가 생각보다 더 음악을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깨달음도 얻었다. 직접 노래를 부르거나 음악을 업으로 삼지 않을 건 확실하지만 머릿속에서 나온 멜로디들은 다 온전한 노래로 완성해주고 싶다. 또 혹시 아나. 차곡차곡 노래 만들었다가 50대쯤에 좋은 곡들만 추리고 그때까지 모아둔 돈으로 편곡해서 앨범 한 장 낼지. 지금이야 노래를 부를 일은 없다지만 나이 들면 마음이 바뀌어서 플로렌스 젠킨스처럼 마이크를 잡을 지도 모르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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