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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테트리스 이펙트 / The Tetris Effect



제목 : 테트리스 이펙트 | 세상에서 가장 중독성 높은 게임의 탄생 비화 

원제: The Tetris Effect: The Game that Hypnotized the World 

지은이: 댄 애커먼 

옮긴이: 권혜정 

출판사: 한빛미디어 | 2018년 1월 11일 


::옮긴이의 글::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우스갯소리 중, 요즘 아이들은 컴퓨터 프로그램 ‘저장’ 버튼의 디스켓 그림이 뭘 뜻하는지 모른다는 말이 있다. 5.25인치 플로피 디스켓으로 컴퓨터 파일 저장이라는 개념을 처음 배운 이들에게는 한없이 직관적인 디자인이지만, 3.25인치 디스켓까지도 자취를 감춘 지 10년이 훌쩍 넘었으니 요즘 아이들에게는 당연히 낯선 모양새일 것이다. 

디스켓 이야기가 나온 김에 시간을 더 거슬러 올라가서 ‘추억의 게임’ 같은 키워드를 검색해보면 어릴 때 오락실에서, 혹은 386 컴퓨터로 즐겼던 게임들이 줄지어 나온다. 픽셀이 자글자글한 그 시절 게임들은 다시 해보고 싶어도 할 수 없어 더 아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그 시절 다른 게임들 못지않게 열광적인 인기를 누렸음에도 ‘추억’이라고만 하기엔 어색한 게임이 하나 있으니, 이 책의 주인공인 테트리스다. 

나에게도 테트리스로 추억되는 시절이 있다. 대학교 2학년 가을쯤이었는데, 매일 밤 수업 과제에 치이는 와중에도 바쁜 시간을 쪼개가며 한게임 테트리스의 내공 쌓기에 여념이 없었다. 급기야 사람들의 눈코입이 블록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다른 사람과 마주앉아 있으면 상대방의 양쪽 눈 사이에 막대기 모양 블록 하나를 세로로 내려서 가로 한 줄을 채워 없애는 상상을 하느라 대화에 집중할 수가 없을 정도였다. 나 역시 이 책에서 설명하는 ‘테트리스 효과’의 산 증인인 것이다. 어쨌든 난 꿈에도 그리던 고수가 되지 못한 채 테트리스의 환영에서 벗어났다. 과제가 쌓여있을 땐 짬짬이 하는 게임이 그렇게 재미있었는데, 막상 겨울방학이 시작되고 시간이 많아지니 굳이 일상의 탈출구를 찾을 필요가 없었던 게 아닐까 한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당시 내가 했던 한게임 테트리스는 게임보이와 오락실 기계로 즐기던 추억의 테트리스를 부활시킨 게임이었다. 누군가에게 추억을 되살려주기 위해 출시된 한게임 테트리스가 스무 살 언저리에 있던 나에게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준 셈이고, 그 후로도 테트리스는 ‘추억의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끊임없이 새로운 버전으로 출시되어왔다. 스마트폰의 등장으로 게임 세계의 판도가 송두리째 뒤바뀌는 와중에도 테트리스는 건재하다. 2014년에 일렉트로닉아츠는 <테트리스 블리츠>를 출시하면서 2분만에 한 판이 끝나는 시간 제약 모드를 선보였다. 언제든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게임을 실행할 수 있지만 그 게임 한 판에 긴 시간을 쏟아 붓기엔 너무 바쁜 현대인을 위해 새로운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2017년에는 세가에서 테트리스에 또 다른 고전 게임을 결합한 <뿌요뿌요 테트리스>를 출시해 게임보이 세대가 낳은 자녀들의 마음을 새로이 사로잡고 있다. ‘추억의 게임’이라는 마케팅 문구가 무색하리만큼 현역 게임으로서의 행보다. 

하지만 어찌 보면 이렇게 끊임 없는 발전 덕분에 우리는 테트리스를 진정한 ‘추억의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다. 게임보이와 한게임의 영광에 그치지 않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추억을 만들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테트리스에 처음 열광했던 게임보이 세대뿐만 아니라, 디스켓이라는 걸 본 적이 없어 저장 버튼의 생김새를 이해하지 못하는 새로운 세대에게도 테트리스만은 똑같은 추억으로 간직될 것이다.

블록을 잘 쌓기만 하면, 테트리스는 원래 끝없이 이어지는 게임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