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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S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에 게임을 더하다 / The Gamification of Learning and Instruction



제목: 게이미피케이션, 교육에 게임을 더하다
원제: The Gamification of Learning and Instruction: Game-based Methods and Strategies for Training and Education
지은이: 칼 카프
옮긴이: 권혜정
출판사: 에이콘출판사 | 2016년 4월 29일 


::옮긴이의 말::

아직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의 어린 시절, 어지러운 방을 치워야 할 때 언니와 내가 함께 했던 놀이가 있다. 둘 중 한 명은 성(방)에 사는 공주, 나머지 한 명은 성에 놀러 오는 이웃 나라 왕자 역할을 맡는다. 왕자가 잠시 방에서 나가 있으면, 공주는 왕자가 곧 온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방을 정리한다(대신 청소를 해줄 시녀도 없다니 참으로 소박한 왕족이었다). 가끔 왕자가 밖에서 ‘거의 다 와 간다’는 언질을 주면서 청소를 더 빨리 하도록 재촉하기도 한다. 마침내 왕자가 도착해서 문을 열었을 때 방이 말끔하면 공주에게 반하고, 지저분하면 실망하며 돌아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공주와 왕자 역할을 번갈아 맡으면서 언니와 나는 어지러운 방을 치워나갔다.


사실 서문에 이런 이야기를 쓰는 게 맞는 건가 싶을 만큼 유치하기 그지없지만, 이 지면에 무슨 말을 할까 생각해보니 이 놀이는 언니와 내가 게임화라는 개념의 기역 자도 모르면서 청소를 놀이로 승화시킨 완벽한 게임화 활동이었다. 이런 걸 보면 게이미피케이션이니 게임화니 하는 그럴듯한 용어를 가르치지 않아도 우리의 마음 속에는 재미를 추구하는 본능이 숨어있는 것 같다.


요즘 인터넷을 보면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즉 게임화라는 개념이 심심찮게 소개된다. 그런 기사를 보고 있으면 게임화는 마치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2010년대에 들어 스마트폰과 함께 등장한 참신한 마케팅 전략인 것처럼 느껴진다. 게이미피케이션이라는 용어가 미국에서 정식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은 2010년이 처음이었다고 하니 영 틀린 말도 아니지만, 용어가 새롭게 정립되었을 뿐 개념 자체는 오래 전부터 알게 모르게 우리 삶에 존재해왔다. 당장 나만 해도 어린 시절부터 저런 놀이를 만들어 해왔으니, 어쩌면 우리 모두 저마다의 게임화 경험이 있을지도 모른다. 다만 스마트폰 등의 기술이 발전하면서 산업 전반에서 게임화를 적극 활용할 여지가 생긴 것이다.


게임화가 ‘핫’한 트렌드임은 분명하지만 이 책은 유행만을 좇아 스마트폰 게임 같은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고 보상을 준다는 식의 피상적인 관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대신 게임화의 개념을 기본부터 학술적으로 연구하고 고찰한다. 덕분에 감각적인 최신 사례를 소개하는 것보다는 고루하게 느껴질 수는 있지만, 게임화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활용해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꼭 읽어봐야 할 책이다.


내가 어린 시절 언니와 함께 했던 청소 놀이도 제대로 형식을 갖춘 게임화가 될 수 있을까? 유치하고 평면적이기 이를 데 없는 줄거리부터 손보고, 방을 깨끗이 치웠을 때 예쁜 꽃병이나 액자 등을 보상으로 주면서 어린 아이들이 스스로 방 치우는 습관을 기르게 하는 교육 게임을 만들 수 있을까? 아무래도 나부터 이 책을 다시 찬찬히 읽으면서 연구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