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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홀맨이 돌아왔다

인스타에 내 오랜 친구 홀맨이 떴다! 

그 시절에 나는 홀맨을 아주 아주 좋아했다. 
너무 좋아서, 어느 날 아침은 학교 가는 길에, 홀맨이랑 친구가 되고 싶은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생각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그때 나는 이미 고1이었기 때문에 홀맨이랑 친구가 될 테야!+_+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순진무구하진 않았다. 어쩌면 그래서 더 절망스러웠다. 이루어질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아서. 

그런데 그 날 학교가 끝나고 집에 가려고 나왔는데 교문 앞이 웅성웅성했다. 그리고 마법처럼 홀맨이 학교 앞에 와있었다. 당연히 진짜 홀맨이 올 수는 없다. 홍보 이벤트로 홀맨 탈인형이 온 거다. 하지만 그 순간은 정말 동화 속에서 소원이 이뤄진 것 같은 비현실적인 기분이었다. 진행자가 빤한 퀴즈를 내면서 맞추는 사람에게 각종 선물을 주는데 나는 뽑히려고 어찌나 열심히 손을 들었었는지, 쓰고 있던 안경이 날아가버릴 정도였다. 안경이 사라진 건 알았는데 그 순간 나에겐 홀맨이 훨씬 더 중요했고 시력이 어마어마하게 나쁜 것도 아니었으므로 안경이야 없어지든 말든 제자리 점프를 해가며 손을 들었다. 그 정성이 통했는지 진행자가 나를 뽑아주어서, 답을 맞히고 영광의 홀맨 인형을 받아냈다(안경은 마침 지나가던 우리 반 친구가 아무렇지도 않게 주워줬다). 

내가 받은 홀맨 인형은 머그잔 크기  정도에 얼굴은 분홍색이었다. 정말로 홀맨이랑 친구가 된 것 같아서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비록 지금은 어디 갔는지도 모르지만. 분명 버리진 않았으니 어느 캄캄한 구석에서 배신감에 치를 떨고 있을까? 대장 홀맨의 컴백 소식을 듣기라도 하면 더더욱 빛을 보고 싶겠지만 그렇다고 널 찾아내기는 너무 귀찮아 옛 친구야. 이제 정말 어른이 되었나 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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