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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OURNAL

허탈한 하루

오늘은 새해 첫 공식 업무일이었다. 난 비록 1월 1일부터 열심히 일해서 별 감흥은 없었지만. 

그래도 하필이면 이렇게 희망찬 날에, 그것도 막 자리에 앉아서 일을 시작하려는데 달갑지 못한 일이 생겼다. 몇 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그런 일이. 덕분에 할 일이 태산인데 집중을 못 하고 계속 이 일만 머리를 맴돌았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는 게 프로답고 현명한 길일까? 사실 최악의 경우가 생긴다고 해도 어마어마한 타격이 있는 건 아니다. 그냥 돈 조금 손해 보는 정도. 당연히 아까운 돈이지만 어마어마한 액수는 아니다. 하지만 또 생각해보니 그게 맞는 건가 싶다. 지금의 나한테는 돈 조금 날리는 게 가장 쉽고 마음 편한 선택이지만 그건 회피다. '알량한 자존심'이라는 말이 참 잘 어울린다. 미래에 비슷한 일을 당할 사람에게 나쁜 예를 남기는 꼴이 될 수 있고.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내 입장은 뭐고 나는 뭘 요구해야 하나. 저조한 기분으로 이런 생각을 하느라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오늘따라 작업실은 왜이리도 추운지. 난방도 틀만큼 틀었는데 손은 차갑고 얼굴은 건조하고 그러니까 더 의욕이 떨어진다. 

나쁜 일은 훌훌 털어버리고 금방 내 할 일에 다시 집중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절대 그렇지 못했다. 멍한 상태로 손가락 까딱거리며 3x3 게임이나 계속 했다. 하지만 정말 곧장 털어버렸으면 더 깊이 생각하지 못하고 홧김에 내린 판단으로 결말을 맞이했을 거다. 이렇게 합리화해본다.

그래도 내일은 진짜 털어내고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내일 다시 이 일로 통화를 해야 할 테지. 그러면 또 새로운 생각이 웅웅 거릴 테지. 

오늘의 결실이라면 드디어 작업실 전기랑 수도요금을 냈다. 내가 연체한게 아니라 청구서가 안 와서 계속 찜찜했었다. 그런데 청구서에 받는 사람 이름이 '계약자 불명'이란다. 뭔가 미스터리하고 좋다. 이름 변경 신청하라고 쓰여있지만 이렇게 쭉 가고 싶네. 

2020년은 정말이지 너무 너무 바빴지만 더없이 아주 영광스러운 한 해였다. 가장 영광스러운 일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감기에 단 한 번도 걸리지 않은 해였다는 거다. 2019년은 어른 된 후로 최고로 병약한 해였는데, 2019년 늦가을부터 지금까지는 최고의 건강을 지키고 있다. 엄마는 입방정 떨지 말라고 했지만 나는 어디서 한 번이라도 말하고 싶다. 정말이지 건강과 체력은 희망과 자신감의 원천이다. 도전도 많이 하고 성취도 많이 했다. 

새해에는 시간 관리 건강 관리 다 잘 해서, 머릿속으로만 구상 중이던 일들을 더 많이 많이 실행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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